1. 사법으로서의 민법
전통적으로 법은 공법과 사법으로 분류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생활은 크게 국민으로서의 생활과 인간으로서의 생활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생활 관계 중에서 국가와 국민으로서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공법이고 이에 대해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사법입니다. 예를 들면 국민의 의무로 거주지를 이전하면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전입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법은 공법이고, 실제 생활의 근거지 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의 발생하는 생활 관계를 다루는 민법은 사법입니다. 이러한 사람의 생활 관계 중 민법은 인간으로서 사인의 생활 관계를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사법의 본질을 갖습니다.
2. 사법의 일반법
법은 그 적용에 있어 일반법과 특별법으로 구분됩니다. 어떤 법적 분쟁에 대해서 두 개 이상의 법률이 적용될 수 있을 때, 이에 적용할 수 있는 법률들은 서로 경합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이처럼 다수의 법률이 그 적용에 있어 경합하는 경우에 상대적으로 어는 법이 이 분쟁을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을 선택해야만 하는 결정이 요구됩니다. 이를 결정하는 원리가 특별법 적용 우선이 원칙이다. 이처럼 특별법이 일반법에 앞서 우선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특별법이 당해 사건에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규율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당사자들의 분쟁을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상인으로서 상거래를 하였다며, 이는 사인이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일반적인 생활이 아니라 상인으로서 거래행위를 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인의 상사 관계에 대해서는 상거래라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법(민법)보다 이에 전문화된 특별법(상법)이 일반법(민법)에 앞서 적용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법과 특별법은 다수의 법률이 경합하여 있는 경우에 당해 사건에 우선 하여 적용될 법률을 결정하는 상대적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민법을 사법의 일반법으로 그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는 사법의 영역에서 민법보다 더 근본적인 법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사법의 영역에서 최근간을 이루는 기본법으로서, 사법 중에서 민법보다 더 일반적인 사법은 없습니다. 결국 민법은 사인들의 생활 관계를 규율하는 사법으로서 관련 주체들의 주관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사인이 기만하면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되는 기본 법률입니다. 이처럼 민법이 사법의 일반법이라는 특징에 비추어 볼 때, 민법은 사인이면 누구라도 이 세상에서 생활하였을 최소한의 공통적 생활 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 누구라도 향유하게 되는 생활 관계의 내용은 사람은 타인과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가족을 형성하고 자기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제3자와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법은 사인의 가장 일반적인 생활 관계인 가족생활과 경제활동을 그 규율 대상으로 삼습니다.
3.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
근대 민법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최고의 이념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재산은 인격이 존립하는데 필요한 물질적 기초이기 때문에 개인 인격의 자유로운 전개를 위한 재산적 기초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유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만일 개인에게 재산권이 보장되어 있지않다면, 근대민법이 추구하는 개인주의에 따른 자유란 거의 실질적 의미가 없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민법도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을 기초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4. 사적자치의 원칙
헌법상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은 민법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으로 나타납니다. 사인들 사이의 생활 관계에 국가가 개입하여 거래의 공적인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닌 한, 사인들에게는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자신들의 법률관계를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는 자치권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이를 실천하는 원리가 사적 자치의 원칙입니다. 따라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민법의 주체로서 사인은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의도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여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이는 근대 민법의 이념인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따를 것입니다.
5. 과실책임의 원칙
개인의 자유는 책임의 한계를 명시하여 줄 때 비로소 보장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책임을 지게 된다면, 개인의 자유란 그 최소한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을 고려하여 당사자에게 비난할 만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이처럼 책임을 부여하여 비난할 수 있는 사유를 귀책 사유라 하고, 이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고의와 과실이 있습니다. 고의는 타인에게 손해 발생을 의도하여 그 의도된 나쁜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이를 비난하여 책임을 묻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과실에 대하여는 행위자에게 기울어야 할 주의를 다 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난의 요소가 있습니다. 즉 사람이 정당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주어진 상황에서 적절히 주의를 기울여 행위를 하였더라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부주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그 손해를 야기하는 데에 주의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서 이에 대해서 행위자로서는 비난받을만하고 따라서 책임을 지게 된다. 결국 과실이 없다면 책임도 없습니다. 이처럼 과실책임의 원칙은 근대민법의 한 이념인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6. 사회적 형평의 원리 - 신의성실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은 자기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사회적 형평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민법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민법의 최고 원리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성실은 자기 위주가 아닌 타인의 정당한 법익을 배려할 것을 명하는 것이고, 신의는 상대방이 성실하게 행위 할 것에 대한 신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이 타인의 정당한 법익을 배려하는 상태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성실성을 권리주체에게 명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성실성에 대한 정당한 믿음으로써의 신뢰는 법으로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신의성실의 원칙은 타인의 정당한 법익을 고려할 것을 명함으로써, 개인의 권리행사와 타인의 권리행사와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형평을 실현하고자 하는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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